< 한국천문연구원로고 :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>
한국천문연구원(원장 박장현, 이하 ‘천문연’)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먼지 속에서도 강한 푸른빛을 내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품은 은하를 새롭게 발견했다. 연구진은 천문연이 운영 중인 외계행성탐색시스템(KMTNet)으로 발견한 특이 천체 후보를 칠레 제미니 남반구 망원경(GEMINI-South)으로 후속 분광 관측한 끝에 이 같은 성과를 냈다.
이 은하는 질량이 태양의 약 2조 배에 달하는 무거운 은하이다.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약 140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. 또한 폭발적인 별 탄생 현상이 일어나 은하의 밝기는 우주에서는 매우 드문 태양의 약 80조 배에 달하는 초고광도 특성을 보인다. 이는 단순히 먼지에 가려진 은하가 아니라, 은하 진화의 단계 중에 폭풍 성장하는 시기를 보여주는 특별한 천체임을 시사한다.
<주변 먼지 속에 있는 천체임에도 KMTNet 망원경에서 가시광으로 푸르게 관측된 천체(ID: ADFS-KMTDOG-102) 이미지 : 천문연구원 제공>
<두꺼운 먼지에 싸인 모은하에서 강한 푸른빛이 보이는 초대질량 블랙홀 은하 상상도(천체 정보 바탕으로 AI로 생성) : 천문연구원 제공>
특히 연구팀은 이 은하가 최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발견돼 ‘수수께끼 은하’로 불리는‘작은 붉은 점’(Little Red Dots, 이하 LRDs)과 닮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. LRDs는 이번에 연구진이 발견한 BlueDOG 은하보다 20억 년 앞선 시기의 초기 우주에서 발견된 작은 점의 은하로 보이지만, 그 안에 강력한 블랙홀 활동과 별 탄생이 공존하는 특징을 지닌다. BlueDOG과 LRD는 각각 다른 시기의 은하지만, 두 천체 모두 강력한 블랙홀 활동과 폭발적인 별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공통점을 보인다. 이 같은 특징은 은하와 블랙홀의 성장 과정을 잇는 연결 고리를 밝혀낼 단서가 된다.
연구팀은 독특한 푸른빛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두 가지 가능성을 분석했다. 첫째, 중심 블랙홀 빛이 모은하 내부 가스와 먼지에 의해 산란되거나 둘째, 은하 내에서 최근 일어난 폭발적인 별 생성 활동으로 푸른빛이 초과로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검토했다. 분석 결과, 산란광이나 폭발적 별 생성 어느 쪽만으로는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워 두 현상이 함께 기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.
이번 발견은 은하와 블랙홀이 어떻게 함께 질량을 키워나가는지, 그리고 우주에서 가장 밝은 초고광도 은하의 형성 과정과 이 과정에서 이례적인 푸른빛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단서를 제공한다. 연구진은 향후 우주망원경들과 지상 거대 관측시설을 활용한 심층 관측으로 폭발적인 별 생성의 흔적을 찾고 푸른빛 초과 현상의 기원을 규명해나갈 계획이다.
이번 논문의 제1 저자인 김성재 한국천문연구원·UST 학생연구원은 “이 초기 은하는 먼지에 가려져 있음에도 예외적인 푸른빛을 내고, 그 모습이 최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수수께끼 은하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정말 기뻤다”고 소감을 밝혔다. 이어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정웅섭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“우리는 적외선 영역에서 매우 밝게 빛나는 초기 은하들의 진화 과정을 관측적으로 추적하고 있으며, 그 과정에서 초대질량 블랙홀의 강력한 활동과 폭발적인 별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포착했다”며 “이번 성과는 최근 제임스웹이 발견한 수수께끼 초기 은하와 블랙홀이 어떻게 함께 성장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”이라고 강조했다.
박장현 천문연 원장은 “이번 성과는 KMTNet과 천문연이 국제협력으로 운영하는 제미니 망원경이 협업해 이룬 결과”라며, “앞으로도 전 세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”고 전했다.
한편,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0월 10일 미국 천체물리학회지(The Astrophysical Journal)에 게재됐다.